2015년 10월 29일 목요일

[Deconstructor of Fun] 7 Characteristics of a Successful Game Studio





독자분들 중에도 Ed Catmull 이 쓴 Creativity, Inc. 라는 책을 읽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역: 한글판 제목은 "창의성을 지휘하라"). 이 책은 Pixar에서 이루어지는 창작 과정을 깊게 다루고 있으며, 어떻게 Pixar studios는 그들의 창의력을 관리하고, 그 결과로 계속해서 블럭버스터 영화들을 만들어 내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 책을 읽고 나의 게임 개발 경험을 돌이켜 보는 과정에서, 다른 회사들에 비해 더 적은 자원만 사용함에도 여타 회사들과 구분되는 탁월한 성과를 내는 스튜디오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흠... 오해는 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감히 내가 Ed Catmull 을 흉내 내려는 것은 아니니깐. 나는 게임 업계 경력이 고작 6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AAA 게임 스튜디오에서 일해 본 경험도 없으며, 반대로 아~주 작은 소규모의 인디 스튜디오에서 일해 본 경험도 역시 없다. 다만, 웹 또는 모바일 기반의 free-to-play게임을 만드는 탑클래스 스튜디오들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으며, 해당 스튜디오들에서 일하는 동안 대단히 유능한 인재들과 함께 일하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다 (역: 이 아저씨는 Supercell에서 일한 바 있으며, 현재는 Zynga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뜸).

그렇다면, 과연 어떤 요인이 완성도 높은 게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성공적인 게임 스튜디오를 만드는 것일까? 내 개인적 경험으로는 그러한 성공적인 스튜디오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7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1. 팀 규모를 최대한 작게 유지한다

  • 팀의 규모가 커지면 그에 상응하는 높은 관리비용을 초래한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및 다양한 미팅의 필요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엔지니어와 아티스트들은 게임을 만드는 대신 자신의 시간 중 상당 부분을 미팅하는데 사용해 버리게 된다.
  • 주인의식의 부재. 작은 팀의 경우라면 모든 구성원들이 게임 전반의 완성도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주의를 기울이며, 버그들은 발생하는 즉시 발견된다. 반면 큰 규모 팀의 경우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들은 각자 개인에게 할당된 한정된 일에 집중하게 되며, 이는 종종 자신의 작업이 서 게임에 어떻게 반영되며 영향을 미칠 지 게임 전반적인 관점에서 그다지 고려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린다.

나는 팀 규모는 해당 프로젝트에 맞게 적당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초기에는 가능하다면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시작하고 게임 기획이 구체화 되어감에 따라 새로운 인력 충원의 필요성이 분명해 질 때에만 보수적으로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스튜디오들의 경우 경험 많고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 온 4명 내지는 6명 정도의 인력으로 구성된 팀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컨셉으로부터 pre-production, production, live operation 단계로 넘어감에 따라 점차 그 팀의 크기를 15명 ~ 20명 내외로 키우게 된다. 이러한 팀 규모의 확장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새로운 팀 멤버 충원은 절대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실제로 팀 사이즈가 커지면 개발 속도가 빨라지기 보다는 오히려 더 느려지기 마련이다. 정리하자면, 항상 슬림한 팀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새로운 사람이 참여했을 때 개발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해당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 Value software over presentations

본질적으로 게임 개발팀은 오직 하나의 목표를 가진다. 다름 아닌 히트작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최종 목표에 이르기 위한 시작은 프로토타입 제작이며, 이후 지속적인 내/외부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하게 발전시키게 된다. 성공적인 스튜디오들의 경우 플레이 가능한 첫 버전을 대단히 신속하게 제작하며, 테스터들의 정성적인 피드백에 근거하여 반복적으로 개선된 빌드제작 및 테스트를 진행한다. 물론 최종 테스트는 해당 게임이 목표 KPI에 도달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소프트 런칭 단계가 된다. 

개발 스튜디오는 해당 게임이 소프트런칭 과정에서 목표했던 KPI수치 도달에 실패하거나 주어진 정량적 피드백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데 실패할 경우 과감하게 프로젝트를 접을 수도 있어야 한다. 제 때에 프로젝트를 드랍하는 결단이 필요한 이유는 그저 그런 게임을 글로벌하게 런칭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대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 신규 프로젝트 착수 기회를 상실하게 되거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자원들이 비효율적인 일을 하느라 소모되기 때문이다.

내부 빌드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플레이 하는 과정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개발 프로세스가 마련될 수 있다. 실제 플레이 가능한 게임 빌드 제작에 우선순위를 두면 테스터들의 피드백에 근거하여 지속적으로 게임을 개선하고, 그 결과로 목표했던 수치를 달성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선순환의 리듬을 탈 수 있다. 또한 정기적인 내부 빌드의 리뷰는 팀의 사기를 높이며, 지속적인 개선과 더불어 긍정적인 피드백이 증가하게 됨에 따라 출시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업무 진척에 대한 만족감(sense of progress)도 느끼게 해준다.


3. 벤치마크 게임들을 활용한다

타 게임의 벤치마킹은 신속한 게임 개발과 더불어 플레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독특하고 복잡한 게임 일수록 위험요인 역시 함께 증가한다. 성공적인 게임 스튜디오들의 경우 과도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할 경우 발생가능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작 단계에서 명확한 벤치마크 대상 게임들을 선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확실한 벤치마킹 대상이 있다면, pre-production, production은 검증된 게임 컨셉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즉, 하나 혹은 두개 정도의 벤치마크 게임들로부터 검증된 feature들이나 시스템을 차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위험을 줄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직접 플레이 해보고 배울 수 있는 완성된 게임이 존재하는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기획자,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모두 시행착오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Blizzard의 Hearthstone은 Magic the Gathering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 
그 덕으로 게임 진입 장벽은 대단히 낮추면서도 덱 빌딩의 깊이있는 메타게임 재미는 살릴 수 있었다.

벤치마크 게임을 이용하는 또다른 방법으로는 다소 위험부담도 있고 시간도 걸리는 편이지만, 해당 게임을 온전히 해체하고 분석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는 근간이 되었던 벤치마크 게임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자신들만의 게임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특히 블리자드의 경우 벤치마크 게임을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특별한 게임을 만드는 뛰어난 재주가 있다. 예를 들어, Magic the Gathering에 근거한 Hearthstone, LoL을 벤치마크 한 Heroes of the Storm, 그리고 Team Fortress에 강하게 영감을 받은 Overwatch 등이 그러한 예이다.


4. 진심으로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한다

어떤 팀이 자신이 만드는 게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긴다면, 그 결과물로 탄생하는 게임은 훌륭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개발 초기 단계라면 제작 중인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 하기는 곤란하다. 곳곳에 버그가 넘칠 것이며, 비쥬얼 요소들도 최종 버전의 그것에 비하면 대단히 어설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원 모두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버그는 물론이고 짜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저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제거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들 또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 만들어지게 된다.

내 경험으로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을 미친듯이 플레이하는 것은 실제로 많은 성공적인 스튜디오들에서 게임을 튜닝하고 유저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비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뮬레이터는 게임에 반영되어야 하는 각종 수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 유저 경험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첫 스텝은 언제나 자신들의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는 것이다.


5. 진심으로 플레이어들을 존중한다

우리 플레이어들은 우리들의 팬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우리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에 투자한다. 그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나아가 하나의 현상이 되도록 이끌기도 한다. 성공적인 스튜디오들은 플레이어들을 단지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게임 안에서 그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어떤 스튜디오가 자신의 플레이어들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은 게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어 있다. 프로덕트 매니져와 기획자가 플레이어들은 깊이있는 메카닉을 이해하기엔 너무 단순할 것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그 게임은 메타게임 및 깊이감 부족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메타 게임이 없다면 남는 것은 지겨운 반복 노가다 뿐일 것이며, 결국 장기간 리텐션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일 것이다. 

플레이어를 대하는 진심에서 우러난 존경과 존중을 잃게 되면 결과적으로 낮은 완성도의 게임이 제작될 것이며, 마케팅에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건 상관없이 성공적인 게임들에서 발견되는 열성적인 유저 커뮤니티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Riot, Blizzard 그리고 Supercell 같은 회사들의 경우 그들의 커뮤니티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며, 자신의 플레이어들을 향한 깊은 존중과 존경을 보인다. 이 결과로 확보된 강력한 커뮤니티의 지원을 바탕으로 엄청난 성공과 더불어 장기간 사랑받는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탄생될 수 있는 것이다.


6. 팀 스스로 결정권을 갖는다

성공적인 스튜디오들의 경우 개발팀 스스로 자신의 게임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도 함께 지도록 자율권을 부여한다. 개발팀은 내/외부 테스트를 통해 대단히 냉정하지만 실효성 있는(actionable)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받는다. 이러한 피드백들이 취합되면 개발팀 리더는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가능한 목표 마일스톤으로 바꾸어야 한다 (역: 간단히 예를 들자면, level 5에 자원이 너무 부족하여 정상적인 게임 진행이 어려웠다는 피드백들을 받았을 경우, 보상 배치를 손봐서 level 5 funnel conversion rate을 "기존 50% 에서 60%로 높이겠다" 와 같은 목표 수치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같음).

이처럼 팀 스스로 자신들이 개발하는 게임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게되면 스스로 목표치를 설정하고, 굳이 외부의 인위적 압력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팀 스스로 내리게 되는 의사결정의 질 또한 향상되는데, 그 이유는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떻건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됨에 따라 구성원들은 보다 빠른 속도로 학습하고 성장하게 된다. '의사결정'은 철저한 사전 분석을 필요로 하며, 보다 큰 책임이 따르기에 결과적으로 팀 구성원들은 더 나은 예측(hyphothesis) 및 액션 플랜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팀을 구성하고, 그들이 신속하게 히트작을 출시하도록 몰아붙여야 하는 자리인 회사 결정권자 입장에서 개발팀에게 자유 의지대로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의사결정 권한을 개발팀에 부여하지 않을 경우 그들은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게임에 대해 낮은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이는 그들 스스로를 단순 '생산조직'으로 평가 절하 시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회사 최고 책임자가 도전적이며,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 권한 위임과 그에 따른 책임의식으로 동작하는 최고의 개발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7) 게임은 출시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개발팀은 게임을 출시하며 그 게임들이 히트작이 되도록 성장 시킨다. 위에서 열거한 6가지 요소를 모두 보유한 회사의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는 결정장애를 가진 스튜디오들을 놀라울 정도로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스튜디오들의 경우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내/외부의 평가를 게임 개선의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말들로 부터 상처를 받아 버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외부 평가가 개발팀 스스로의 확신과 자신감을 갉아먹기 시작하게 되면, 흔히 타인의 의견이나 평가에 휘둘려 이미 구현된 것들을 다시 수정하거나 이런 저런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전반적인 게임 개발 기간이 불필요하게 늘어나 버리게 된다.

사람들의 평가나 비평적인 의견은 게임 개발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완벽한 게임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의견들은 끝없이 제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 때마다 끝없이 게임을 이리저리 수정해 나가는 망테크를 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만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 지를 분명히 하고, 타인의 의견과 자신들이 믿는 것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Facebook 게임과 모바일 게임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게임들을 출시한 바 있었던 이전 직장 동료 중 한명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게임이 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거야". 


아마도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여러분의 게임이 히트할 지 망할 지는 출시되기 전 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여러분의 게임에 대한 올바른 최종 평가는 시장이 내려줄 것이다. 



원문 링크: 요기

역: 2015/10/29 Iron Sm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