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8일 수요일

[Deconstructor of Fun] 클래쉬로열을 접게 만드는 5가지 이유






Clash Royale은 2016년 초에 출시되었다. 그리고 지난 글(Deconstructing Supercell's Next Billion Dollar Game)에서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top grossing 챠트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필자를 포함해 여타의 게임 개발자들을 초짜처럼 보이게 만들어 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오늘날까지 만들어진 모바일 게임들 중에 Clash Royale을 최고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게임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손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4분짜리 롤러 코스터를 핸드폰에 담아 냈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주로 Clash Royale의 뛰어난 부분들에 집중하여 다룬 바 있다. 이후 대략 4개월 가량 미친듯이 플레이 했는데, 솔직히 현재는 접기 일보직전이다. 이는 필자 개인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접했을 때는 전략적이며 재미요소라고 느꼈던 것들이 현재는 너무나 랜덤 의존적이며, 좌절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통해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그토록 열광했던 게임이 왜 현 시점에서는 접고싶은 게임으로 변질되어 버렸는지 5가지 원인으로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1. 노가다, 노가다, 그리고 노가다 (You Are Tired of the Grind)

처음 Clash Royale을 시작할 때 성장에 대한 만족도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처음 400 트로피를 획득하고, 이어서 800 트로피를 달성하게 되면 Goblin Stadium을 졸업하고 Bone Pit을 거쳐 Barbarian Bowl에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Arena에 도달할 때마다 6종류의 새로운 카드가 unlock되는데, 이렇게 unlock된 카드들은 가챠 방식의 Magic Chest를 통해 획득이 가능해 진다.
수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플레이 하다 보면 어느 사이 극심한 경쟁환경에 놓이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덱 최적화 혹은 더 나은 플레이의 연구 등이 아니라 현질 밖에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시말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실력 배양 보다는 많은 수의 중복 카드 확보와 동시에 수만 Coin을 모으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수백장의 중복 카드를 모으는 것도 충분히 빡세지만, 해당 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필요한 coin을 모으는 것은 훨씬 넘사로 다가온다. 결과적으로, 현질할 생각이 없는 플레이어라면 향후 수개월간 의미있는 성장은 경험하지 못한 채 자원확보 노가다 플레이를 각오해야만 한다.

매 단계마다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원은 2배씩 증가하며 그 결과로 카드의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성장방식을 가지는 여타의 컬렉션 게임들에 비하면 그 만족도가 훨씬 낮은 편이다.

새로운 카드를 획득하기 위한 성장에 요구되는 시간 관점에서 볼 때, Clash Royale은 한 마디로 무지막지한 노가다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 문제는 주로 다음과 같은 2가지 원인에서 기인한다.

첫 째, Chest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의 수준은 플레이어가 속해있는 Arena level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연속된 전투 패배로 인해 트로피를 잃고 낮은 Arena로 강등 될 경우 보상도 함께 줄어들기에 플레이어의 성장속도 역시 함께 늦춰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페널티 요소를 갖고 있는 다른 게임은 본 적이 없다. 다른 모든 게임들의 경우 플레이어가 게임에 들인 시간만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함께 증가하게 되며, 대신 각종 게임내 비용 또는 가격을 증가시켜 그 속도를 제어하는 형태로 동작한다. 일례로, Clash of Clans만 보더라도 하루에 여러번 기지가 털린다고 해서 플레이어의 자원 생산 능력(Elixir, Gold)도 함께 감소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반면, Clash Royale의 경우 연패를 당할 경우 낮은 Arena로 강등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획득 가능한 chest 보상들 역시 함께 감소하게 된다.

Chest 보상은 플레이어가 속한 Arena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연패의 결과로 Arena 강등을 당할 경우 플레이어는 2중으로 고통을 경험해야 한다.

둘 째, 미친듯이 비싼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인해 어느순간 성장이 중단된다. 각 업그레이드 단계마다 그 비용을 2배씩 증가시키는 방법 자체는 이미 검증된 것이며 영리한 방법이다. (Wargaming이 World of Tanks 에서 훌륭하게 적용한 바 있다. 참고: World of Tanks Liberates Players from Mid-Core)
플레이어가 성장에 필요한 충분한 자원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획득하도록 만든 후 막상 업그레이드를 하려 할 때에 상당히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 경우 플레이어들은 이미 성장을 위한 절반의 준비는 끝낸 상태이므로, 향후 아낄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할 때 현질을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Clash Royale의 경우 플레이어는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중복 카드를 얻기위한 것 만으로도 수주일에 걸쳐 꾸준하게 상자를 까야 한다. 이를 통해 원하는 카드가 충분히 모인 다음에는 업그레이드 비용의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해당 비용을 마련하려면 또다시 상당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2중고를 겪게된다. Arena 강등으로 인해 보상 획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과 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2가지의 자원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Clash Royale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아무런 성장을 하지 못한 체 정체되어 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Clash Royale이 이처럼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성장 시스템을 갖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카드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 컨텐츠 양이 대단히 적다는 것에 기인한다. 물론 향후 더 많은 카드와 Arena 들이 추가될 경우, 성장에 필요한 노가다 압박은 현재보다 완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Supercell이 현재까지 보여주고 있는 업데이트 속도로 예상 할 때, 이런 일이 현실화 되려면 아마도 앞으로 2~3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 새로운 시도를 하면 손해(You’re Punished for Using New Cards)


Hog Rider, Prince, Balloon, Three Musketeers, Mortar, 등... 이들 멋진 카드를 처음 획득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플레이어들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되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덱 구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후 3,000 트로피 정도를 획득할 즈음이 되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그 정도 레벨이 되면 새로운 카드를 얻는다고 해도 사용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는데, 막 얻은 새로운 카드로 덱을 구성할 경우 고통스러운 연패와 함께 힘들게 모은 트로피를 상당량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Clash Royale은 매우 탄탄한 코어루프를 갖고 있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패배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새로운 카드를 사용해 볼 수 있는 
어떠한 시스템적 안전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방금 얻은 새로운 카드를 시도해 볼 경우 
해당 카드에 대한 이해도 부족 및 낮은 능력치로 인해 연패의 가능성이 높은데, 결과적으로 
새로운 카드를 사용하면 페널티를 받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Clash Royale 에서 새로운 Arena에 도달하면 신규 카드들이 unlock된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이들 신규카드의 획득은 플레이어 관점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새로 얻은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게임을 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 그림에 나타낸 코어루프를 보면 알겠지만 Clash Royale은 오직 카드 업그레이드를 위한 루프만 존재하며, 다양한 카드를 모아야 하는 욕구를 유도하거나, 새로운 카드를 시도하도록 돕는 게임 모드나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매번 업그레이드가 잘 되어 있는 가장 익숙한 카드들로만 플레이를 하게 되므로 머지않아 게임이 지겨워지게 된다.
Clash Royale에서 필승덱의 조건은 '조화롭게 구성된 만렙 카드덱 + 각 유닛별 사용방법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 + 나에게 약한 상성으로 구성된 상대방 덱'의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모든 실전 게임은 ranking 모드이기 때문에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패배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카드들을 사용해 보고 학습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카드를 unlock하거나 획득한다는 것은 뒤록 갈 수록 아무런 동기부여 요소가 되지 않는다. 물론 클랜원과의 친선 경기를 통해 새로운 덱을 시험해 보고 학습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클랜원 친선 경기는 내가 하고싶다고 해서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Clash Royale의 성장 메카닉은 대단히 직관적인데, "배틀에 승리하면 트로피를 얻는다" 되겠다. 플레이어들이 트로피 획득을 원하는 이유는 다음 단계의 Arena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며, 다음 단계의 Arena를 원하는 이유는 상위 Arena로 갈 수록 보상의 증가와 더불어 (이론적으로는) 더 효과적으로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들을 획득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 메카닉은 플레이어가 더 많은 트로피 획득을 갈망하는 동안에는 완벽하게 동작한다. 그러나 문제는 수개월간 플레이를 열심히 해서 대략 2,000 트로피 정도를 모으고, 상위 Arena에 도달했을 때 쯤이 되면 새로운 카드 획득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카드를 덱에 넣기 위해서는 해당 카드에 대해 완벽에 가까운 숙련도를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연습량은 상당한 반면, 실제 게임은 모두 랭킹모드로 진행되므로 현실적으로 새롭게 획득한 카드를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플레이어가 새로운 카드 획득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면 트로피 획득/손실 역시도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성장 메카닉 자체가 무너져 버리게 되며, 이 상황이 되면 비록 모든 카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가장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8장의 카드만 계속해서 사용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4. 스트레스 뿐인 배틀 (You are stressed out by the battles)


상대를 물리치고 30 트로피와 함께 크라운 3개를 획득할 때의 기분은 상당히 즐겁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그 대상이 될 때는 어떤가? 특히나, 새로운 카드를 시험하려다가 처참하게 패배할 경우 말이다.

Clash Royale의 모든 배틀은 랭크전이기 때문에 매번 부담을 안고 임해야만 하는데, 필자가 알기로 eSports의 성격을 지닌 기존의 어떤 게임도 이처럼 랭크전만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 예를 들어, Supercell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을 Hearthstone만 보더라도 Casual과 Ranked 두 가지 게임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Hearthstone의 경우 Casual 모드를 통해 플레이어는 랭크 하락에 대한 우려 없이 자유롭게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Casual 모드는 새로운 덱, 익숙치 않은 영웅을 시도해 보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며, 연습 모드를 막 끝낸 초심자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플레이를 시작하기에도 적합하다.
Hearthstone에서의 Ranked mode는 해당 시즌 동안 배틀에서 보여준 능력을 반영하기 위해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랭크를 부여한다. 승/패에 따라 플레이어의 랭크도 함께 등락하게 되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방과의 매칭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시즌 종료 시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게 된다. 물론 각 시즌이 종료되면 보상 지급과 더불어 각 플레이어의 랭크는 리셋된다.
개인적으로, Crash Royale에 캐쥬얼 모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이 게임의 가장 큰 결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새로운 전술을 시험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덱을 시도하려는 플레이어는 연패라는 페널티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새로운 시도 자체가 페널티가 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상위 Arena로 나아가려는 동기와 신규 카드 획득에 대한 욕구 역시도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다.

4. 넌 이미 죽어있다 (You Lose Half of Your Battles)

어떤 배틀 후 마침내 최강의 덱을 발견 했으며, 당장이라도 Legendary Arena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어진 배틀에서 어이없게도 크라운 3개를 뺏기며 완패 했다면, 당연히 분노할 것이며 승리할 상대를 찾아 즉시 다음 배틀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롤러코스터는 처음에는 대단히 몰입감 있고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같은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게임이 장난 나랑 지금 하냐? 와 같은 불쾌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시점에서 플레이어는 배틀의 승패는 사실상 내 실력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특히나 고렙이 될 수록 그 느낌은 더욱 확고해 지며, 오히려 상대방 덱과의 상성에 의해 승패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Royal Giant에 대한 상대의 대응력에 따라 내가 이기거나 지는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Giant의 어그로를 끌 수 있는 Cannon을 보유하고 있다면, 내가 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유는 Giant 생산 비용은 Cannon에 비해 2배의 elixir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만약 상대의 덱에 Cannon이 없다면 아마도 내가 이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는 발생할 수 있는 수 많은 경우들 중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단히 제한적인 덱 사이즈로 인해 전투 중 플레이어가 상대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수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게임을 시작하고 보니 상대방이 당신에게 강한 상성 덱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신은 가위, 상대는 주먹을 갖고 가위바위보를 하려는 우수꽝스러운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반면 MOBA류와 같이 상대적으로 깊이있는 전략성을 지닌 게임들의 경우는, 전투 중 상대에 맞춰 자신의 테크 빌드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플레이어가 어떤 빌드를 가져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상대가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며, 우리는 이를 두고 "전략"이라 부른다.



정상에 이르기 위한 정답은 없다. 
제한된 덱 사이즈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유닛 가지수에 기인하여, 
플레이어의 실력과 상관없이 카드 레벨이 깡패인 게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두고 "Pay to Win" 게임이라고 부른다.


대다수 플레이어의 승패기록에 0.5라는 숫자가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많지 않은 카드 종류와 8장에 불과한 덱 사이즈에 기인한다. Hearthstone에서와 마찬가지로 Clash Royale의 경우도 특별히 우월한 카드 또는 쓰레기 같은 카드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카드는 각자 그 존재 이유가 있다. 이처럼 뛰어난 밸런싱 기반이 고작 8장에 불과한 덱 사이즈로 인해 동일한 덱이 상대에 따라 무적 또는 똥이 되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여러분이 Clash Royale을 하는 도중 끊임없이 승/패를 반복하여 경험하는 것은 이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이 게임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정한 방법은 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 뿐이다.

Clash Royale이 지닌 카드 종류는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2,000트로피 이상을 달성한 플레이어의 대다수는 이미 전체 카드의 9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사실상 모두 동일한 카드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meta-game은 지극히 수동적(reactive)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몇몇 카드들의 능력치가 수정되는 패치가 있을 경우, 모든 유저들의 덱 역시도 이를 반영한 변경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너프된 카드가 있을 경우 해당 카드 및 그 카드에 대한 카운터 카드들이 플레이어들의 덱에서 즉시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신속한 게임 meta의 변경은 필자의 경험으로 여타의 게임들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예를 들어, Hearthstone에 새로운 카드팩이 업데이트 된다고 하더라도 게임 내 모든 카드를 보유한 플레이어는 지극히 적은 비율이기 때문에 Clash Royale의 경우처럼 전반적인 meta가 즉각적으로 변화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League of Legends와 같은 MOBA류의 경우도 특정 챔피언을 너프 한다고 해도 게임 전체에 미치는 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며, 이처럼 즉각적으로 패치를 반영한 meta변화가 야기되지는 않는다.

5. 매일매일 똑같다(It’s the Same Everyday)

Clash Royale을 실행한다. 상자를 깐다. 길드원에게 남는 카드 몇 장을 선물한다. 배틀을 시작한다. 누군가를 혼내주거나 내가 혼난다. 보상으로 받은 상자 오픈 대기를 걸어둔다. 약 3시간 뒤에 게임을 다시 실행한다. 처음부터 반복한다. 가끔은 연패 또는 연승으로 인해 긴시간 몰입하기도 한다. 매일매일 뭐 대충 이런 식이다.



Hearthstone의 경우 Daily Quest 시스템을 이용하여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영웅과 덱을 시도해 보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보상을 통해 그러한 시도를 격려한다.

Clash Royale의 경우 밸런스 튜닝이나 새로운 카드가 추가되는 공식 업데이트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매일매일 똑같은 플레이가 반복될 뿐이다. 반면 Hearthstone의 경우는 매일 새롭게 제공되는 일일 퀘스트를 통해 익숙한 플레이를 벗어나 새로운 영웅과 카드들을 시도해 보도록 유도한다. League of Legends의 경우는 매주 서로 다른 챔피언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 플레이어들이 보유하지 못한 챔피언들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팀을 이루는 챔피언의 구성 역시도 함께 변화되므로 플레이 경험이 고착화 되는 것을 완화 할 수 있다.

Vainglory와 같은 MOBA류 게임들의 경우, 매주 서로 다른 챔피언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 자칫 플레이가 지겨워 지는 것을 방지한다.

Supercell의 경우 여타의 게임회사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대단히 적은 수의 개발자원 투입으로 대박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절약이 미덕인 것만은 아니다. 대다수 게임 플레이어들의 경우 이미 일단위 또는 주단위로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시중의 많은 게임들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다. 필자가 예상하기에 만약 Clash Royale역시도 이처럼 일일 퀘스트나 토너먼트 등과 같은 적극적인 라이브 서비스가 병행된다면 지금보다 나은 이득을 거둘 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라이브 운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컨텐츠가 수반되어야 하며, 더 많은 컨텐츠를 위해서는 개발자와 아티스트의 추가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아마 우리는 앞으로도 쭈욱 똑같은 밥과 반찬만 먹어야 할 것 같다.



Clash Royale은 모바일 게임의 새 장을 열었다(Clash Royale Has Kicked Off the New Era of Mobile Games)
스마트폰 용으로 출시되었던 최고의 게임은 무엇일까? 만약 누군가 묻는다면, 필자는 Clash Royale이라고 대답하겠다. 전술적이지만 편리한 조작, 탄탄한 코어루프, 놀라운 유저 경험, 혁신적인 인터페이스, 매력적인 아트 그리고 저사양 폰에서도 원활하게 동작하는 최적화 등 모든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Clash Royale의 경우 팀플레이 요소와 카드 활용에 대한 깊이감의 부재에서 오는 아쉬운 점 또한 존재한다. 부족한 게임 컨텐츠로 인해 극단적인 노가다와 더불어 랜덤 의존적인 게임이 되어버렸다. 각종 게임내 이벤트 또는 퀘스트류의 부재는 Clash Royale을 단순 반복 노가다 게임으로 만들어 버렸다. 초반 얼마간은 skill-based 게임으로 느껴지지만 머지 않아 노골적인 pay-to-win 게임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lash Royale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는 어느새 신선함은 사라지고 자기복제만 반복하던 모바일 게임 시장에 변화의 불꽃을 점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향후 1~2년간 CoC에서 봐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Clash Royale 짝퉁 게임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는 유저 커뮤니티와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채널들의 지원을 받아 스스로 성장하는 혁신적인 PvP 게임들도 등장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Clash Royale은 새로운 모바일 게임의 시대를 열었으며, 그로 인해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화될 지 무척 기대된다.